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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기-3 (23.04 ~ 24.04)

암스테르담 여행-1

by H2쩝쩝박사 2024. 2. 16.

남자친구와 첫 해외여행을 갔다.

사실 우리는 고속열차 1-2시간만 타고 가면 네덜란드와 벨기에, 조금 더 가면 프랑스를 갈 수 있는 독일 서부지역에 살고 있는 덕택에 마음만 먹으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

월요일이 연구소 휴무일이라서 토-일 1박 2일로 암스테르담을 다녀오기로 했다.

오빠가 상당히 꼼꼼한 스타일이고 파워 J라서 어디를 갈때도 여러가지 변수를 생각해서 결정하는 편인 반면, 나도 J이긴 한데 오빠에 비해서는 상당히 덜렁거리고 비교적 아무 생각이 없는 편으로 보인다. (사실 맞다)

그래서 평소에는 기차표, 호텔, 갈 곳 몇개만 정해두고 아무생각없이 돌아다니는데, 오빠의 준비성에 대응하는 준비를 하기 위해 평소보다 좀 더 많이 찾아봤다.

그래서 도착해서 어디서 점심을 먹고, 걸어서 어디를 가고, 어디서 걸어다니고 어디를 가야겠다 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모든 것을 따르지 않는 여행이었다.

오버하우젠 역에 도착해서 아침을 간단하게 빵과 커피를 먹기로 했다. 난 항상 독일 빵집에서 뺑오쇼콜라나 크로와상을 먹었는데, 오빠가 베를리너가 맛있다고 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설탕이 발린 기본형 먹으려다가 점원분이
아니 그거 너무 클래식이라고 새로운 맛을 추천해주셔서 그걸 먹었는데…

안에 필링 소스가 조금 애매했다.

근데 생각보다 빵 자체가 되게 맛있었다.

겉모양은 던킨도너츠의 푸석한 바바리안 도넛같이 생겼는데 쫄깃한 그런 빵이었다. 그래서 다음에 또 먹었당.

역시나 독일 열차는 지연되었었고 한 10분 기다렸다가 탄것 같다. 근데 그 동안 둘이 플랫폼에서 신나게 사진찍으면서 놀았다.

열차 안에서는 준비성 철저한 오빠가 갤럭시탭에 영화를 많이 다운받아놔서, 뭐 볼까 하다가 나의 최애 영화 ‘소울‘을 보기로 했다. 다시봐도 너무 재밌어서 집중해서 봤는데 한시간 정도 지난 후 오빠를 보니 졸고 계시길래 끄고 조금 자기로 했다.

어서 나머지 소울을 봐야하는데 큰일이다…

기차 창문 너머로 보이는 네덜란드 풍경은 독일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뭔가 큰 기대가 생기지 않다가…

암스테르담에 도달하니 독일과는 사뭇 다른 힙한 느낌의 빌딩들이 즐비했다. 그러니 뭔가 갑자기 설렜다.

중앙역에 도착해서 2일 대중교통 자유권을 구매하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 오빠가 숙소에 짐을 맡기로 가자고 해서 이때부터 나의 계획이 틀어졌다. 근데 사실 오빠와 함께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짠 계획들이 더 좋았다. 사실 나도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

난 이 사진이 좋더라

그래서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이 정말 깨끗해서 놀랐다. 내가 가본 나라 중에서 가장 깨끗한 지하철이었던 것 같다. 뭔가 신분당선같은 느낌이었다.

낮에 찍은 사진은 없는데, 숙소가 굉장히 깔끔하고 입구에서는 힙한 냄새가 났다. 킄

12시 였는데 얼리체크인이 가능했고, 거기 직원이 몇층이 좋냐고 해서 높을 수록 좋다고 했더니 꼭대기 층에 좋은 방을 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

그래서 짐을 두고 양치도 하고 좀 쉬다가 다음 계획을 세우고 나왔다.

내가 너무 힘이 없었눈데,
오빠가 내가 점심을 못먹어서 그런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래서 박물관 근처에 맛있어 보이는 빵집에 가서 빵을 사이 좋게 나눠먹었다. 그래서 이게 점심이다.

혈당스파이크에 취한 우리는 신나게 잔디밭을 가로 질러 국립박물관 쪽으로 걸어갔다.

매표소 옆에 기념품샵이 있어서 구경했는데, 미피랑 반고흐 작품으로 만든 굿즈가 되게 많았다. 미피가 일본 거인줄 알았는데 네덜란드거라니! 충격적이었지만 너무 귀여웠다…

입구에 들어가면 이런 멋진 광경이…

그리고 그림보는 남친의 멋진 광경을 구경했다..

내가 여태껏 가본 미술관 중에 여기가 가장 좋았는데, 평화로운 그림이 많아서 좋았다.

보통 역사적 순간, 종교적 의미, 혹은 이름 모를 귀족의 초상화를 전시해 둔 미술관이 대부분인데 배경지식이 짧은 나는 그것을 통해 어떠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여기에 전시된 하늘, 나무, 들판, 바다 풍경들은 이 때 사람들이 얼마나 평화로운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지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전시관에서는 다른 나라들에서 많이 수집? 약탈?ㅎ 한 전시품들이 있어서 평화로움을 구축한 원인들을 볼 수 있었다.

오빠랑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작품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오빠의 배경지식을 들으니 박물관 데이트가 이렇게 재밌는 것이었나 처음 느꼈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건물 자체가 정말 멋있었고, 꼭대기 층은 램브란트의 야간순찰을 메인으로 램브란트와 다른 작가들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는 도서관..

찾아보니 이 그림 우유 따르는 여인이 네덜란드의 모나리자 급으로 유명한 그림이라고 한다.

구래서 그 그림을 모티브해서 만든 미피와 오빠는 야간순찰을 모티브한 곰돌이를 사서 서로의 백팩에 붙이기로 했다.

길거리로 나와서 암스테르담의 거리 구석구석을 걸어다니기로 했다.

운하 사이사이로 있는 기울어진 좁은 건물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옷을 파는 가게들은 우리의 눈을 바쁘게했다.

손 까딱하다가는 텅장되는 골동품 가게에서 본 미피

한개에 40유로인 암스테르담 집 모형들

정말 손잡고 발이 가는대로 우리 가고싶은대로 돌아 다녔다. 집들이 왜 기울어져있는지, 꼭대기에 있는 기둥은 왜 있는지 사람들 표정은 어떤지 우리는 뭐가 좋았는지 즐거운 얘기를 하며 서로 눈을 맞추며 걸었다.

길거리마다 대마냄새는 났지만 이 모든 순간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어서 예약해둔 시푸드 음식점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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