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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기-3 (23.04 ~ 24.04)

비자 없이 들어온 독일 박사후 연구원의 2주일-1

by H2쩝쩝박사 2023. 4. 2.

드디어 해외포닥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독일 연구소와의 인연은... 어언 13년전으로 돌아간다.

우리 연구실 첫번째 졸업생 언니가 이곳에서 박사과정과 포닥 생활을 했고, 이 후에는 내 사수 오빠가 이곳에서 포닥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연줄이 되어 2년 전에는 나와 내 후배가 이곳에서 2주동안 실험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 좋은 논문을 게재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학회에서 이 연구소 group leader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잡 공고를 낼테니 지원하라는 얘기를 들었고,

 

올해 1월에 면접을 보고 1월 말에 합격 소식을 받게 되었다.

 

그때 바로 비자 신청을 했어야 했는데...

 

나는 너무 토종한국인이라서 다른 나라의 행정처리가 이렇게 느린지 아예 감이 없었다.

 

사실 이 곳 말고 다른 곳도 최종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었어서, 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갈 준비를 시작하게 되어서 비자 신청을 하려고 보니...! 제일 빠른 비자 신청 예약이 5월말 ~ 6월 초였다...!! (계약기간은 4월 1일 부터인데...)

 

어찌해야하나 멘탈이 붕괴되서 찾아보니, 독일에 무비자로 90일 동안 체류가 가능해서 우선 입국은 가능하지만 비자가 있어야 돈을 버는 행위가 가능하므로 가서 비자를 신청하면 된단다... 그래서 부랴부랴 적금 2개를 깨면서 급하게 집도 구하고 비행기표, 잠깐 머물 호텔 등등을 예약하면서 3월을 보냈었다.

 

3월은 정말 바빴다. 우선 포항에서의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내 짐과 집 정리를 하고, 한동안 보지 못할 선후배님, 교수님, 엄마 동생 그리고 친구들과의 찐한 작별(?)인사를 했다. 파워 집순이인데 하루에 1~2개씩 약속이 있고 포항-대전-광주-서울-인천 을 왔다갔다하면서 돌아다녔더니 마지막 날에는 정말 너무 피곤했었다.

 

퇴사는 3/17에 해서 독일 입국을 3/27에 하기로 했다. 퇴사 이후에는 집에서 짐정리를 정말 많이했다.

우리집이 그닥 넓은 편이 아니라서 내 짐을 최소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안 입는 옷과 가방을 처분하다 보니 거의 3~4박스가 나온 것 같다.

시간이 좀 더 많았으면 당근 마켓에 하나씩 팔았을텐데 아쉽다...

그리고 독일 가서 입을 옷들은 대부분 우체국 택배로 보냈다. 10kg에 약 16만원 정도 나와서 2박스해서 33만원 나왔다...

우체국에서 보통 카드 결제하면 "사천오백원 입니다"라고 카드리더기의 기계음이 들리는데 그 친구가 "삼십삼만육천오백이십원입니다" 이런 큰 숫자도 말할 수 있는지 몰랐다........ㅎ 대단한 걸?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교때부터 계속 나가 살았었어서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특히 우리엄마는 백화점에 근무하셔서 내가 시간이 되는 주말에는 항상 일을 하셨다.

 

이번에  백수라서 엄마랑 10일동안 같이 잘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상하게 우리집은 잠이 참 잘와서 엄마가 깜짝 놀랄정도로 자고 일어나면 나의 진한 다크써클이 없어져 있었다.

 

출국일이 다가올 수록, 하 거의 1000만원의 거금을 써가면서 독일을 꼭 가야하나..라는 생각과 엄마랑 친구들을 다 두고 갈 생각 그리고 (이별의 아픔)때문에 마음이 착잡했다. 사실 영어를 잘하지도 못하는데 가서 바보될 것 같기도 하고.. 한국인이 거의 없는 동네이기도 한데ㅠ 하면서ㅠㅠ 

 

그러나 이러한 우울할 생각할 시간없이 가기전까지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았어서 정신없이 출국했다.

 

특히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내가 출국하는 날 딱 파업을 해서 비행기가 15시간 미뤄졌다 ㅎ...

도착하자마자 바로 비자 신청했어야 했는데... 여러모로 상황이 복잡해졌는데 연구소랑 숙소, 호텔, 시청 등등에 메일을 보냈었다.

대신 집 청소를 깔끔하게 하고, 너무 피곤했는지 비행기에서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이건 국룰이죠
독일 가는 짐 = 캐리어 2개+백팩+10kg짜리 2개 소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