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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기-3 (23.04 ~ 24.04)

30대 초반 싱글로 산다는 것

by H2쩝쩝박사 2023. 9. 21.

어제부터 갑자기 가을 날씨가 되었다.
날씨가 급변하면 그 날씨에 관련된 추억들이 생각나는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 옛날 생각을 많이 한다.

옛날 생각이라고 하면 이미 지나간 연인 생각도 하고 친구나 가족들 사이에서 생겼던 재미난 일들도 가끔씩 생각이 난다.

그런데 사실 요즘에만 옛날 생각을 했던 건 아니고 독일에 오고 난 후 옛날 생각을 더 자주하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할 것이 더 많고 재밌는게 많을텐데 왜 그럴까라고 생각을 해보니 외로워서 그런것 같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옛날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사람과 관련된 일에만 국한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살면서 많은 일을 했음에도 나의 성취나 흥미로웠던 여행 경험 보다는 사람들과 있었던 시시콜콜한 헤프닝이 기억에 더 오래남아 노력하지 않아도 가끔씩 떠오르게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지 사람과 관련된 기억은 더 강렬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중에 내가 나이가 들어 새로운 일들을 만들 수 없을 때 혹은 모든 일에 더 이상 흥미를 갖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때 힘 없이 누워서 피식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과의 추억이구나 라는 걸 알게되었다.

물론 내가 독일이라는 외지에 와서 공간적인 한계가 주는 외로움을 겪고는 있지만 그것보다는 시간에 관한 외로움을 요즘 많이 느낀다.

30대 초반이라는 것은 10~20대때까지만 해도 함께 일 줄만 알았던 친구들과 훨씬 더 멀어지는 시기인것 같다.
20대 때 대학을 진학하고 나서, 대학원에 오면서 각자의 인생 노선이 달라져 조금씩 연락이 뜸해지는 현상을 겪었었지만 지금은 뭔가 더 고독한 느낌이 든다. 아마 결혼 유무로써 서로가 속한 그룹이 확연하게 갈라지게 되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단순하게 이 감정을 외로움이라고 정의하기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사람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10-30대 지난 시절들을 돌이켜 보면 주변의 사람이 항상 변하니, 결혼한 친구들처럼 누군가 변치않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압박과 나이는 먹어가는데 좋은 사람 놓칠 것 같은 불안감이 섞여진 것 같다.

생각해보면 외로움은 누군가 곁에 있어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외로움을 해소시킬 때가 있다. 그러니 내가 생각하기에는 1) 서로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한 공감과 적절한 의논을 하거나 2) 자신이 어떤 그룹에 속해있음을 증명받을 때 외로움이 해소되는 것 같다. 

 

보통은 출근하거나 등교하면서 항상 2는 해소가 되기때문에,1의 경우가 중요하다. 사람은 속해 있는 그룹이나 관심사에 따라 고민하는 부분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이 외로움을 해소시킬 수 있는 대상이 달라지게 된다. 그러니 연애를 하더라도 외로울 수 있으며, 사춘기 구성원이 부모님과 트러블이 생기는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나는 내 상황에 대한 공감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현재 상황에서 무엇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뭐지? 사실 현재 굉장히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삶 자체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고 결론적으로는 앞서 말했던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불안과 압박감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외로움에 대해 얘기했지만 알고보니 외로운 것이 아니었고 불안하고 압박을 받고 있다였다라는 결론…)

불안과 압박감을 탈출할 근본적인 방법은 결혼을 하는 것일텐데, 그렇다고 당장 내일 결혼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답 없는 불안과 압박감은 나름대로의 해소 방법을 통해서 돌파해야 한다.

 

우선 결혼의 가장 큰 목표는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이고, 이는 다시 내가 정의한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에 따라 1) 서로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한 공감과 적절한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2번은 결혼을 함으로써 법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됨) 그래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과정을 밟음으로써 나의 불안과 압박감으로부터 탈출해야겠다.

 

30대 이후 고민하는 문제는 대개 직장 문제, 진로문제, 돈문제, 다양한 취미 문제 일 것 같다. 나는 그런 것에 대한 적절한 경험과 혜안을 가지고 있는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박사학위를 따느라고 사회 진출이 늦어져서 남들보다는 사회를 보는 시선과 경험이 아직 편협한 것 같다... 그래서 이 또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독일에 오면서 다양한 취미 생활에 발을 붙여보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다양한 경험을 해보긴 해야겠다. 또한 만남을 시작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을 역시 외형인 것 같다. 외형에 대한 자기계발도 열심히 해야지 (달리기 쵝5...)

 

<그래서, 이 긴 글의 결론...>

요 몇주 외롭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혔었는데, 아는 오빠한테 말했더니 운동안해서 그런거임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운동을 하니 이 모든 생각들이 떠올랐다. 역시 사람은 운동을 해야 생각의 전환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글로 적어서 나의 감정을 해체해보니 외로움이 아닌 불안과 압박감이라는 것을 알았고 해결방법까지 떠올랐다. 아주 좋은 내적성장이었다... 약간 오그라들지만, 이 날 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기를 했고, 처음으로 6분대의 페이스에 돌파하였다. 러닝이 끝나고 나서 속도와 걸린 시간을 나이키러닝이 말해주는데, 마지막에 You are your best version ever!이라고 말해줬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아! 그리고 옛날 인연 생각은 이제 안하기로 했다.
그 모두 외로운 감정을 달래려고 만난 사람들이었는데, 그 역시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1) 서로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한  공감과 적절한 의논)에 해당 되는 인물들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 뿐만 아니라 그들 또한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져 다시 만난다한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안 좋은 결말에 도달할 것이다. 서로 아예 다른 사람인데도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며 의논해주려하는 사랑이란 감정은 참으로 신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