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손님께 두가지 선택권을 드렸다.
닭칼국수 vs 수육
닭칼국수는 이미 몇번 해봤다고 하니, 어차피 처음해보는 거라면 같이 해보자고 해서 수육을 같이 만들어보기로 했다. 신난다. (그리고 귀하신 손님께서 보쌈과 겉절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파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보쌈고기를 만드려면 찜기가 필요한 것 같았다. 여건상 물에 삶는 방식으로 수육을 만들고자 했다. 수많은 유투브 영상을 통해 공부해본 결과, 물에 데치는 방식으로 부드러운 보쌈수육을 만드려면 가장 중요한건 안에 넣는 커피나 된장 이런게 아니고 물의 온도 조절이었다..!!

우선 에데카에서 삼겹살 부위 고기를 썰어왔다.
정육점 코너에서 10 cm 두께로 썰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열어보니 이런 사다리꼴 모양이었고 돼지껍질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독일에서는 돼지껍질을 따로 제거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선 균등한 익기를 만들기 위해 윗부분 잘라 10 센치 두께로 만들어줬고,

독일 살이 4년차 귀하신 손님께서는 돼지껍질 벗기기 장인이 되셔서 날카로운 칼로 돼지껍질을 벗겨주셨다.

돼지껍질과 콜라겐 층 사이에 칼이 들어갈 공간이 생기고 양방향으로 당겨주면 칼이 들어가면서 스르륵 분리된다.
위에 있는 고기는 실험삼아 껍질째 넣어보았다.

삶는 물 준비
물 2 리터
소금 한 큰술
설탕 한 큰술
생강 조금
베트남 고추 조금
소주 한 컵

제일 중요한 부분!!
물이 끓기 시작하면 그때 고기를 넣어줘야 한다.
고기를 넣고 다시 물이 끓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약한 불로 불을 낮춰준다. 물이 끓을랑 말랑한 상태로 30분 정도 두면된다.
찬물에서 고기를 끓이면 고기의 육즙이 다 빠져나가서 고기는 맛없어지고 삶은 국물이 맛있어진다.
또한 뜨거운 물에서 고기를 계속 끓이면 고기가 오그라들어 고기가 질겨진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레시피를 보면 아예 약한불도 안 가하고 한번 끓은 따뜻한 물에서 고기를 천천히 익히기도 하더라.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부드러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다음에는 60도 낮은 온도에서 고기를 익혀봐야겠다. 온도계도 사야겠구먼…

30분이 지나 고기가 다 익으면 고기가 물에 떠오른다.
불을 끄고 물 속에서 고기를 10분동안 방치한다.
이때 고기가 물을 흡수하면서 촉촉해지고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근데 그게 왜 낮은 온도에서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다.

썰어서 겉절이랑 같이 내오면 김장날에만 먹을 수 있는 겉절이 수육 완성~~~!!!

남은 소주랑 같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기름 부분에서 우유맛이 났다. 다음에는 기름이 더 많은 부분은 선택하고 온도를 더 세심하게 컨트롤 해봐야겠다. 둘이서 먹을때 800그램 정도가 적당했다. 그리고 실험삼아 껍질째 넣은 고기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오히려 콜라겐 층 손실이 적어서 더 맛있었고 껍질은 하나도 질기지 않았다. 또 해먹어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