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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기-3 (23.04 ~ 24.04)

독일 절망편 & 버닝 후 주말휴식

by H2쩝쩝박사 2023. 4. 23.

독일에 온 지 약 1달이 되었다.

저번 일기까지는 독일-희망편 이었다면 오늘은 절망편이다.

 

1. 분실된 나의 택배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여름옷과 겨울옷 각각 한 박스씩 우체국 ems를 통해 독일 집으로 택배를 보냈다.

겨울옷은 성공적으로 도착하였으나, 여름옷은 전달 받지 못해서, 직접 픽업하기로 옵션을 바꿔서 우체국에 갔는데 택배가 없댄다!...

그 택배가 어디에 보관되어있는지 DHL에 메일을 보내 알게 되었고 다른 우체국으로 갔는데 택배가 또 없댄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저렇고 진짜 우체국만 한 4번은 왔다갔다 했는데 다 택배가 없다고 알쏭달쏭한 직원들의 표정을 계속 보니까 마지막 방문날에는 진짜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나오면서 sibal sibal했다.

그리고는 DHL express에 전화하라고 해서 전화해보니까 온통 독일어로만 얘기해서 다른 액션을 취할 수가 없었다...ㅠㅠㅠ

 

하 나의 여름옷... 그래서 실례인 것을 알지만, 집 구할 때 연락을 했던 한국인 중개업자?분에게 연락해서 어딨는지 알아봐 달라고 요청을 했고, 그래서 지금은 DHL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당장은 여름옷을 입을 일은 없지만, 그거 다 다시 사려면 돈 또 꽤나 깨질텐데 여러모로 빨리 택배를 되찾고 싶다..ㅠㅠ

 

한국처럼 독일은 집 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가지 않아서 너무 번거롭다. 택배 배송 업자가 초인종을 누를 때 내가 없으면 택배를 수령할 수 없다.

sibal 앞으로 택배 주문 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2. 페트병 환급제도

페트병이나 캔, 맥주병 등은 사용하고 나서 마트에 가져다 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

사실 물을 살 때, 이 페트병 보증금까지 같이 내서 그냥 내 돈을 돌려 받는 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금액이 꽤 센데, 1.5 L 생수의 경우 물 값 자체는 0.27유로 인데 보증금이 0.25 유로(350원꼴)다.

그래서 꼭 보증금을 받으러 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다음 월급날까지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므로,

공병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가 어느 토요일에 공병을 환급받으러 갔다.

근데 망할..

나의 K-분리수거 습관으로 인해 생수병에 있던 라벨지를 거의 모두 다 떼버렸고, 그 라벨지가 없으면 환급을 위한 바코드가 없어져 환급이 불가능하단 사실을 그 자리에서 알게 되었다............그리고 생각보다 환급을 받을 수 있는 물품이 별로 없어서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없었다.

아아... 거의 천원

좋은 인생 수업이었다. 그래서 저 날 부터는 절대로 라벨지를 뜯지 않는다...

 

3. 비자 받는 것보다 어려운 은행계좌 만들기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발표를 하고 뿌듯함에 취해 있을 때, 그룹리더가 행정샘을 찾아보라고 해서 가봤더니,

내일까지 은행계좌를 안 알려주면 월급을 줄 수 없다고 한다.......ㅎ (그걸 왜 지금 말해주는거얌...)

그래서 정신이 아득해져서 바로 은행계좌를 만들러 갔다.

 

연구소에서 조금 걸어 중앙역으로 가면 은행이 세군데가 있는데 다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거주등록한 서류와 여권만 있으면 된다고해서 갔는데, 무슨 tax information과 비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1빠꾸를 먹었다.

다른 곳을 가니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고 와야 한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예약할려고 보니, 핸드폰 번호도 없고 계좌도 없어서(아니 그럼 어떻게 처음 계좌를 만들라는거지???) 2빠꾸를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 은행은

나: 은행계좌 만들러 왔는데요 (쭈글쭈글)

직원: 독일어 못하세요?  

나: 예ㅠ

직원: 그럼 계좌 못 만들어요

나: (웃으면서) 아 진짜로요?

직원 (개정색) 네 바이바이

그렇게 3빠꾸를 먹었다................sibal

 

너무 멘붕이었어서 인터넷 찾아보니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계좌를 개설 할 수 있는 토스같은 곳이 있었다. (N26)

거기를 통해서 계좌를 만들었는데 본인인증 과정에서 영상통화를 했어야 했는데 직원들이 생각보다 엄청 불친절해서 좀 짜증났었다.

무튼 결국 계좌를 만들 수 있었고!! 핸드폰도 드디어 개통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은행이 좋은게 애플 페이를 지원해서 한국에서는 써보지도 못한 애플 페이를 여기서 쓰고 있다.

 

4. 느려

좋은 우리집은 한달 월세가 1090유로(140만원 정도)다. 

그런데도 세탁기가 없어서 집 계약할 때 집주인이 세탁기를 구매해주기로 약속해서 새로 개통한 핸드폰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아 토요일 10시에 설치기사분들이 집에 방문하셨다.

 

보통 LG, 삼성 설치기사 분들을 상상하면 20~50대 남성, 과묵하고 빠르게 일처리 후 한 시간 내에 귀가하시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여기는 나이가 굉장히 많으신 할무니 할아부지 두 분이 오셔서 이 무거운 세탁기를 2층으로 옮기고 설치를 하시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으시니까 그만큼 경력이 많으신거겠지하고 책상에 앉아서 다른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유투브를 보시고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계셨다;;;;;;

 

그리고 어떤 부품이 없어서 할부지는 마트에 가시고 할무니 혼자 어쩌고 저쩌고 독일어로 말씀하시는데 서로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서 번역기를 열심히 썼다. 그리고 피곤해보이셔서 커피 한 잔 내려드렸다.

 

장장 4시간 만에 설치가 끝나고, 세탁기에 대해서 독일어로 어쩌고 저쩌고 설명해주시는데 사실 이해가 안가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알겠다고 고맙다고 하고 안녕히 가시라고 했다. 나중에 세탁기 위에 써져 있는 글씨들 번역기 돌려서 감으로 세탁을 했다.

 

그래도 세탁기가 생기니까 삶의 질이 엄청 올라갔다.

신기하게 생긴 독일의 통돌이 세탁기

지금은 거의 모든 일들이 해결되어서 (분실된 나의 택배 빼고..) 지금은 괜찮다.

 

그리고 고생했던 논문 리비전 작업도 지난 금요일 새벽에 끝내서 이번 주말은 맘 편하게 즐기려고 한다.

3.4유로짜리 냉동피자 맛있다
마니 묵는데이~

 

그리고 같은 연구실의 여자 한국인 박사님이 현악 4중주의 공짜티켓이 있다며 같이 가자고 해주셔서 토요일 밤에 외출을 하였다.

 

대학교 1학년때였나 오페라의 이해라는 수업이었나 대학합창 수업이었나, 그 교양 수업 때문에 예술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본 거 이후로 약 10년만의 음악회였다. 또 독일하면 음악이 유명하니 안 올 수가 없는 너무 좋은 기회였다.

필하모닉 에센

알고보니, 박사님이 다니시는 교회의 어떤 분이 연주자로 참석하셔서 공짜티켓을 받은거라고 하셨다.

독일 연주홀은 이렇게 생겼군요

그래서 네 분 중에 한 분이 한국인이셨다...! (넘쳐흐르는 국뽕...)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 분들도 계셨는데, 모두 음악을 전공하시는 아주 멋진 분들이었다.

 

나는 음악들을 듣고 나서 아 좋다 멋지다 라는 감상평밖에 남길 수 없었는데, 그 분들은 평가가 아주 다채로웠다.

역시 전공자는 멋있어. 운이 좋게도 연주자 분이랑 만날 수 있어서 같이 사진도 찍었다.

 

갔다와서 보니 음악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피아노 연주회를 들으러 가고 싶어졌다.

가격자체(이 공연은 21유로 였다)가 비싸지 않아서 나중에 가보면 좋을 것 같다.

감사합니다...

일요일에는 전날에 깨끗히 빨래해서 섬유유연제 향기가 솔솔나는 담요를 덮고 쇼파위에 누워 책을 읽었다.

쇼파 + 아이패드 + 새소리 + 바람 솔솔 = 천국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밌게 읽어서 행복했다.

 

다음주는 처음으로 출장을 가고, 고생하는 가속기 실험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워크샵 발표도 있다.

걱정이 좀 되긴 하는데 우선 오늘까지는 놀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