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일기-3 (23.04 ~ 24.04)

올덴부르그 출장

by H2쩝쩝박사 2023. 10. 25.

나는 이 곳에서 크게 두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그 중 한 독일 국가 과제에서 실질적인 인건비와 기타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그 과제는 한달에 한번씩 화상으로 미팅을 하고 6개월에 한번씩 모든 참여기관들이 모여 성과발표회를 한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성과발표회를 한번 했던 터라, 이번 미팅이 나에게는 처음이었다.

 

한국 과제미팅은 많이 가봤는데 독일 과제미팅은 어떨지 궁금했다.

 

나도 짧게 발표를 하긴 해야해서 약간의 긴장감과 호기심을 안고 출장을 떠났다.

올덴부르그는 독일 북쪽에 위치에 있는 도시이다.

 

도시맞나? 마을?

 

브레멘이랑 함부르그랑 가깝다. 뮬하임은 18도 정도 였는데 올덴부르그는 무려 6~8도 언저리였다. 

같은 독일인데도 기온이 확연히 달랐다. 진짜 추웠다.... 히트텍 안 입고갔으면 얼어죽을뻔

출장은 나혼자 간건 아니고 같이 일하는 한국인 박사님이랑 그룹리더 박사님이랑 같이 갔다.

기차로 약 2시간 정도 걸렸는데 두시간 동안 내내 연구 얘기만 할 줄은 몰랐다...ㅎ

기차 안에서 책읽을라고 했었는데....ㅠ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지 집과 멀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한다는 긴장감때문에

들숨에 집에... 날숨에 가고싶다...를 반복하다가 정말 입밖으로 그 말을 나도 모르게 해버렸었다.

그룹리더 박사님은 우리랑은 다른 호텔을 잡으셔서 따로 가셨고 우리는 우리 호텔을 찾아갔다.

동네 분위기가 우리 동네나 뒤셀도르프랑 사뭇 다르다.

 

함부르크랑 여기 동네가 분위기가 비슷한데, 북쪽 지역 집들이 뭔가 더 예쁘고, 빌라보다는 단독 주택이 더 많다.

 

또 여기는 인사말이 "모잉모잉"이다

너무 귀여워!!!!!!!😀😀😀 함부르크 지방쪽 사투리라고 한다. 빵집 점원이 모잉모잉이라고 할때 무슨 동물의 숲 NPC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저녁 식사 전까지 잠깐 쉬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만찬 약속 장소로 갔다.

완전 독일 식당쓰...

밥먹다가 알게 되었는데, kaller가 지하실이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대부분 맥주 양조장을 가면 뭐뭐뭐캘러 그러는대, 대부분 술이 지하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저번 미팅때는 뷔페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독일 음식 코스였다.

 

스프와 메인디쉬랑 디저트를 먹었다. 그리고 맥주까지...,

맛있었다.

이 저녁 식사에는 이 과제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다른 정부과제 프로젝트를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대부분 독일인들이어서 독일말로 얘기하는 테이블이 거의 대부분인것 같았다.

 

다음날이 되서 미팅 장소로 갔다. (미팅 장소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사진을 못찍었다ㅠㅠ)

화상미팅에서는 한 세네팀 정도만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이 과제에 포함된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우리는 그 과제의 한 분과에 소속되어 있었고, 각 분과별로 성과를 발표했다.

각 분과별로 하는일들이 극명하게 다르지만 서로 상관관계가 확실히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제 발표를 화상 미팅을 통해서 독일 정부 관계자가 듣고 있는데,

발표에서 다루는 분야가 정말 다양한데 이거를 다 이해하고 적당한 질문을 계속 한다는것이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이런 연구를 했고, 성능 좋았고, 우리가 목표했던 정량적 목표 성과에 도달해서 이 멋진 저널에 해당 내용을 게재하였습니다!! 이런 식의 발표회가 대부분이었는데, 여기는 뭔가 달랐다.

 

정량적 목표 자체가 없는 듯하고, 연구하고 있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고 그 과정 속에서 관찰한 바를 발표한다.

그리고 그 관찰한 내용들이 대부분 한가지 이상의 인사이트들을 주었다.

 

그래서 그 정부 관계자도 어떤 연구결과가 흥미로웠으면, 오 그래서 논문 게재 된거야?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더 확인해보고 싶다는 그런 질문들을 한다. 호오 정말 참 연구자 집단 같다.

 

이런 환경에 있으면 호기심에 기반한 연구가 계속 하고 싶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성과에 목숨거는 연구만을 했었어서, 그 성과 도달에만 눈이 멀어 다른 것을 쉽게 놓치고 흥미도 잃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는데 말이다. 이래서 해외로 포닥을 나왔어야 했던 것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된다.

 

나도 아주 짧았던 4분의 발표를 무사히 끝냈다. 이 것도 생각해보면 재밌는데, 자기가 한 연구는 자기가 발표하는 문화가 재밌다.

우리 분과는 그래서 총 8명이서 같이 발표를 했다. 한국같으면 연구 책임자 한명이 발표할법한데!

이렇게 되니 질의응답이 좀 더 수월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각 분야에 대해 열심히 실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순간 집에 가고 싶긴 했지만...) 독일의 연구 문화를 좀 더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괜히 효율강국이 아니었다. 다음번 미팅에서는 더 재밌는 연구 결과를 가져와야겠다.

그리고 다른 참여기관들이랑도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독일 일기-3 (23.04 ~ 24.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레스타인 인턴 친구  (3) 2023.10.31
동네 카페 탐험  (3) 2023.10.25
스웨덴 출장-2  (1) 2023.10.18
스웨덴 출장-1  (0) 2023.10.18
외노자 요즘 일상-3  (2) 2023.10.06